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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정통주의, 잊히거나 오해되거나

기사승인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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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이 걸어온 길 되짚어 걷기

   
iStock


‘칼뱅은 괜찮은데, 칼뱅주의자는 질색이다!’ 칼뱅이 기초를 마련하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네덜란드를 거쳐 미국으로 전개된 개혁파 신학을 한참 배우고 있을 때, 주변으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영성 시대 또는 탈기독교 시대라 하는 요즘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는 ‘예수는 괜찮은데, 기독교는 싫다’는 말과 비슷한 이 말을, 최근에도 심심찮게 듣는다. 아니, 오히려 요즘 더 자주 듣는다. 칼뱅 신학을 전가의 보도 삼아 모든 신학과 교리를 재단하는 호전적 개혁주의자들에 질려버린 외부자와 심지어 내부자 모두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사실 칼뱅과 칼뱅주의―특히 17세기 정통주의―를 구분하거나 둘 사이에 연속성보다는 불연속성이 더 크다는 이야기는 상대편 논적들의 주장만은 아니다.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는 칼뱅주의자들 안에서도 이런 논의가 심도 깊게 지속되어 왔다.

     

뿌리 내리는 정통주의 신학
권경철 지음
다함 펴냄

20세기 최고의 강해설교자로 평가받는 마틴 로이드존스의 후임 목회자 R. T. 켄달은 마지막 청교도라 불리는 제임스 패커의 지도 아래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전임자 로이드존스와 달리 칼뱅과 칼뱅주의자의 불연속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이 논의의 처음 주창자는 슐라이어마허로 알려져 있는데, 그 주장은 거칠게 정리하면, ‘루터와 칼뱅이 세운 생명력 있던 종교개혁 신학은 그의 신학적 후계자인 16세기 말의 멜란히톤과 베자에 의해, 그리고 17세기 개신교 스콜라주의 신학자들이 도입한 신학적 엄밀주의와 이성주의에 의해 생명력을 잃어 죽은 정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종교개혁 이후 개혁파 신학은 신학을 체계화하고 교리를 기술하는 일에 집중한 나머지 고도의 주지주의 신학이 되었고, 그 결과 뜨거워야 할 신앙을 차갑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종교사회학자들도 처음 태어난 종교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점점 더 형식화되어 처음 가지고 있던 순수성과 생명력을 잃어버린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칼뱅은 좋은데, 칼뱅주의자는 싫다’는 이들의 지탄이 순전히 감정에서 나온
발언인 것만은 아니라 하겠다.

물론 이를 반박하는 주장들과 다시 이를 논박하는 이들의 주장이 반복된다. 실제로 종교사회학 이론을 칼뱅과 칼뱅주의에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최근 리처드 멀러 같은 역사신학자들은 칼뱅과 칼뱅주의 사이의 불연속성 주장에 결정적인 오해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개신교 정통주의에 대한 오해를 크게 교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를 칼뱅을 포함한 1세대 종교개혁 신학자들의 위대한 유산을 바르게 수용해 체계적으로 완성한 신학으로 간주한다. 교리적으로 로마가톨릭과 루터파와 구분되어야 한다는 면에서 ‘개신교 정통주의’라 불리고, 교리 체계를 중세 스콜라주의 같은 엄밀한 철학적 논리를 방법론으로 차용했다는 점에서 ‘개신교 스콜라주의’라 불리는 이 신학은, 교리적ㆍ도덕적으로 타락한 교회를 교정하려던 16세기 개혁 운동을 단순히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이 달라진 삶의 정황에 적실할 뿐 아니라 성경적으로 더 철저하고 신학적으로 더 엄밀하게 만들려고 했던 창조적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개신교 정통주의는 칼뱅주의자와 반대자들 모두에게 오해되었으며, 최소한 개혁파 신자들에게는 마땅히 전수되었어야 했음에도, 이 위대한 신앙 유산이 오해와 함께 개혁파 교회 안에서조차 아예 잊혔다는 것이다.

뿌리내리는 정통주의 신학은 이 맥락에서 종교개혁의 신학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 사이의 신학적 연속성 문제에 관해 획기적인 시각을 제공한 리처드 멀러의 기념비적 테제를 우리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기행기라는 대중적인 서술 방식으로 친절하게, 그러면서도 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정교하게 제시하는 입문서이자 지침서 역할을 하고자 출간되었다.

칼뱅의 후계자인 16세기 후반의 데오도르 베자에서 18세기 중반 존 오언까지 개혁파 정통주의를 대표하는 인물 11명―프랑스(1명), 스위스(2명), 독일(2명), 네덜란드(4명), 영국(2명)―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들의 저술 중 일부를 직접 번역하여 맛보여 주며, 그들이 살며 사역했던 역사적 장소를 직접 방문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전해 줌으로써 개혁파 정통주의 풍부한 유산인 17세기 정통주의 신학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심지어 개혁파 신학의 거두 헤르만 바빙크마저도 했던 오해를 해소해 준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잇는 개신교 정통주의에 대한 정도나 이에 관한 책이 이제야 조금 소개되고 있는 열악한 우리 상황에서, 이 주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독자들을 위한 책의 출간과 이 주제를 깊이 전공한 저자의 등장을 환영하며, ‘다함 종교개혁 이후 시리즈’의 또 다른 책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기를 기다려 본다.

다만 원전을 맛보기에는 분량이 너무 짧고, 제공된 내용과 선별된 인물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이미 소개되어 있다는 점, 인물별로 다룬 분량이 고르지 않다는 점, 명목상이긴 하지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국 교회에 롤 모델로 인식되던 청교도 신학과 개신교 정통주의의 관계에 대한 연결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죽은 정통으로만 치부되었던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의 바른 이해가 절실하다는 저자와 출판사의 바람에 덧붙여 드는 한 가지 바람은, 중세를 암흑의 시대로, 종교개혁을 위한 서막 정도로 오해하고 있는 개신교, 특히 복음주의자들이 16세기 이전 공교회적 유산에도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CTK 2018:10
 

정지영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편집장

정지영 CTK

<저작권자 ©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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