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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의 숲이 된 그들

기사승인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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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복음주의가 우리에게 와서는 무엇이 되었을까’

   
 

우리 시대 ‘복음주의자’라는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며 신학 작업을 하는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IVP)에서 부족의 역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 한 원주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클라호마 지역 원주민 키오와 아파치족의 한 인디언 소년이 이른 아침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나이 지긋한 한 여인의 집에 맡겨진다. 그 여인에게서 자기 부족이 이 땅에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들은 소년은 해가 지기 전 아버지가 데리러 돌아왔을 때 자신이 어떻게 부족한 한 구성원으로 거듭났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그 집을 떠날 때 나는 키오와 인디언이 되어 있었다.” 부족의 역사를 알기 전에는 그저 명목상 인디언이었던 한 소년이 진정한 인디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어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자신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의 지적은 요즘 말로 하면 정확히 “팩트 폭행”이다. 우리보다 앞서 걸었던 복음주의자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승리와 실패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위대한 복음주의 사상가들, 전도자들, 목회자들, 그리고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서구 교회와 달리 종교개혁 이후 전개된 신앙고백 시대를 제대로 경험하지 않은 우리 교회로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역사의식의 부재나 빈약함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는 “자신의 근원과 기초를 살피고 하나님께 받은 많은 은사들을 그리스도의 교회의 필요와 복음을 확산하는 데 어떻게 사용할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한다.

그러면 역사란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 같은 거창한 역사철학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 역사라는 학문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잠깐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역사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역사는 인문학에 속해 있다. 인문人文은 사람이 만든 무늬란 뜻이다. 역사는 막연한 형이상학적 주제가 아니라 사람 자체와 사람이 남긴 것에 관한 학문이다. 곧 ‘역사란 사람이다’라고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역사란 사람 이야기다. 복음주의를 안다는 것은 결국 복음주의자라는 가족사를 안다는 것이다.

교회사가 티모시 라슨이 편집하고, 데이비드 베빙턴과 마크 놀이 편집 고문으로 참여한 「복음주의 인물사」는 그런 의미에서 복음주의 가족사를 꼼꼼하게 다룬 책이다. 기독교문서선교회(CLC)가 의욕적으로 펴내고 있는 ‘복음주의 시리즈’가 복음주의의 역사적 맥락과 신학 쟁점을 주제별 또는 영역별로 큰 그림을 제시한다면, 이 책은 그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면모를 현미경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한마디로 시리즈 전체는 복음주의라는 숲을 보게 만들고, 이 책은 복음주의 숲 속의 거목들을 차근하게 살핀다. “종교개혁부터 현대까지의 복음주의 거성들”이라는 부제는 이 책을 성격을 잘 설명해 준다. 회심주의, 행동주의, 성경주의, 십자가중심주의 외에 초교파성을 또 다른 주요 특징으로 한 복음주의 운동의 성격에 따라 특정 교파에 매이지 않고, 이 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시기적으로는 종교개혁의 선구자 존 위클리프에서 제3의 물결 지도자 존 윔버까지, 영역별로는 학자, 목회자, 목회후보자, 선교사, 전도자 등—을 두루 다룬다.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나 좀처럼 온전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현대 복음주의자들을 상당히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의 생애를 다룬 비슷한 책들이 대체로 근대까지를 다루는 것에 그친 반면, 「복음주의 인물사는 (2003년 출간 당시) 생존해 있는 현대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대거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고든 D. 피(성서학자), 스튜어트 브리스코(설교자), 버넌 그라운즈(덴버 신학교 총장), 브라더 앤드루(선교사), 토니 캄폴로(복음주의 사회학자), 잭 헤이포드(오순절 목사), 제임스 휴스턴(리젠트 칼리지 설립자), 지미 카터(전 미국 대통령), 제임스 패커(청교도 신학자), 조지 캐리(전 캔터베리 대주교), 존 스토트(복음주의 지도자), 존 퍼킨스(복음주의 흑인 운동가), 찰슨 콜슨(교도소 선교회 대표), 찰스 라이리(달라스 신학교 교수), 찰스 와그너(교회성장학자), 토머스 토랜스(영국 신학자), 팀 라헤이(대중 작가), 팻 로벗슨(대중 전도자), 할 린제이(대중 작가), 헨리 모리스(창조과학자), 헬렌 로즈비어(선교사) 등이다. 특히 현대 복음주의자 명단에 길버트 커비, 더글라스 존슨, 스테이시 우즈, 올리버 바클리, 하워드 기니스, 헨리 캐서우드 같은 영미 복음주의 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선교 단체 및 문서 사역에 참여했던 인물들에 대한 희귀한 정보가 포함된 것은 복음주의 운동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를 더 높여 준다.

그러나 아쉬움도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는, 우리말 제목 ‘복음주의 인물사’는 책 성격과 잘 맞지 않다. ‘복음주의자 인물 사전’The Biographical Dictionary of Evangelicals이라는 원제와 책 구성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냥 ‘사전’이다. 레퍼런스 류의 책들이 푸대접 받는 우리 출판 상황을 출판사가 지나치게 감안한 나머지 독자들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 ‘인물사’로 제목을 정한 것 같다. 출판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조금 아쉽다. 차라리 우리말 제목과 맞게 사전 형식의 ‘가나다’ 순이 아니라 인물 항목을 연도순으로 배열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복음주의 정의 및 범위도 아쉬움이 든다. 복음주의자로 명명할 수 있을지 모호한 칼 바르트, 디트리히 본회퍼는 차지하더라도 현대 영미 복음주의 신앙과 신학 형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C. S. 루이스가 빠진 것과 복음주의 신앙 확산에 절대적 역할을 한 주요 선교 단체 대표들(빌 브라이트, 도슨 트로트만), 복음주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마이클 그린, 로날드 사이더 같은 이들이 명단에서 빠진 것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책 전반에 걸쳐 나오는 꼼꼼한 역자 주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가다운 용어 선택과 책임감 있는 번역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준다.

한국 교회가 영미 복음주의 신앙 운동의 영향 아래 태동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복음주의는 해병이 아니다. 한번 복음주의라 해서 영원히 복음주의인 것은 아니다. 귤이 강을 건너니 탱자가 되었다고 했던가. 복음주의가 물을 건너와 무엇이 되어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복음주의를 제대로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복음주의 역사 자체를 되짚어 보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복음주의 인물사」 는 우리 복음주의 계보를 알아 가는 중요하고 유용한 도구다. (덧붙임. 기독교 출판사는 자료실에 한 권씩 꼭 비치해 두길 권한다. 저자 소개를 하는 데 무척 유용하다.) CTK 2019:3

정지영 CTK

<저작권자 ©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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