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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자훈련 책인가, 세계관 책인가?

기사승인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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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너 잘 만났다 | 이 달의 책

 

   
 

 

 

 

 

하나님 나라의 제자: 새로운 틀
찰스 도나휴 지음
템북 펴냄


교회 성장 마이너스의 시대, 제자훈련 무용론 또는 실패론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절망스런 상황에서 제자화에 대한 또 한 권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심하게는 제자훈련 폐기론까지 언급되고 있는 마당에도 여전히 제자도 및 제자 훈련 관련 책들이 꾸준히 읽히고 있지만 제자훈련과 사역에 실망한 이들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짜증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겠다.

그 기분 넉넉히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이 여전히 우리 앞에 있는 한 이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하여 당신이 예수님의 말씀을 좇아 제자훈련의 가치와 제자 사역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붙들고 있다면, 특히 신학적으로 건전하면서도 성경적인 제자 사역이라는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면 이 책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시라.

몇 가지 지점에서 이 책은 이목을 끈다. 일단, 저자가 기존 제자훈련 사역을 강조했던 이들이 주로 속해 있던 목회나 전도, 선교 영역의 현장가나 활동가가 아니란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제자훈련 책들과 결이 사뭇 다르다. (물론 다르다는 게 자동으로 탁월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자 찰스 도나휴는 미국장로교(PCA) 설립 초기에 기독교교육 커리큘럼을 기획했으며 신학교에서 조직신학과 변증학을 가르쳐 온 전형적 이론 신학자다. 신학자라고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 많지 않지만 성서신학자들과 실천신학자들이 제자훈련에 관한 책을 실제로 생산해 왔고, 대표적으로 「제자도 신학」, 「신약성경에 나타난 제자도의 유형」(이상 국제제자훈련원 역간) 같은 탁월한 책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서신학자들과 실천신학자들의 결과물이 대체로 현장성에서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반대로 신학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현장성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성경 속에 산재해 있는 주제들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이용해 유기적인 구조를 갖추도록 하는 조직신학과,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기독교 진리의 적실성을 변증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저자의 특징과 장점(이자 동시에 약점?)을 제대로 발휘한다.

저자는 제2차 대각성 운동 이후부터 전개된 사람 중심의 제자훈련 사역—전도 프로그램에 기반을 둔 50년대 이전 모델, 병행 교회 모델에 가까운 20세기 초 개인적 모델, 개인적 모델에 대한 반동으로 60년대 이후 등장한 소그룹 모델—의 실패 원인을 분석함과 동시에 대안적 제자 사역의 방향과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가 발견한 제자 사역의 실패 원인과 이를 극복할 하나님 나라 중심의 제자훈련의 기초이자 핵심 내용이란 삶과 사고의 총체적 변혁을 가져올 ‘세계관’이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 나라(하나님을 아는 참된 지식으로서의 교리와 신학), 세계관(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바른 인식), 제자도(하나님 나라와 세계관의 선교적 삶)가 결합되지 않은 제자 사역은 온전할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제자도는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하나님 나라를 따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 예수님이 온 우주의 통치자라는 관점에서 삶을 보지 않는 이는 제자가 될 수 없다. 하나님 나라를 중심에 둔 세계관을 가진 자만이 진정한 제자요, 이를 강조하는 것이 바른 제자 삼는 사역이다.

이러한 저자의 핵심 주장은 모두 3부로 나뉘어 명쾌하게 전개된다. 1부, ‘말씀 알기’는 성경적 제자도를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한다. “오직 바른 교훈(교리)에 합당한 것”(디도서 2:1)을 배운 후에야 실천적 삶을 살 수 있다는 바울의 가르침을 따라, 저자는 성경적 제자훈련의 기초이자 필수 요소인 하나님 나라를 바르게 알기 위해 인식론과 신학과 교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는 다른 제자훈련 모델과 차별되는 지점이자, 기성 세계관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개혁주의 신앙과 언약신학이 삶으로 번역 가능한 교리 체계를 제공한다는 저자의 확신이 분명하게 천명되는 대목이다. 개혁주의 신학과 칼뱅주의 세계관에 대한 이러한 확신이 제자사역과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주목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2부, ‘세상 알기’는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로서 존재하는 데 필수인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을 다룬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결정적 세 가지 주제인 근대성, 포스트모더니즘, 세대가 어떤 점에서 연속적이고 불연속적인지, 이것이 궁극적으로 기독교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준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칼 헨리, 오스 기니스, 케네스 마이어에 크게 의지한다는 점을 통해 우리는 저자의 신학 계보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3부, ‘말씀을 세상에 적용하기 위한 성경적 모델들’에서 저자는 제자 사역의 기초와 문화적 민감성을 통합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성경 본문을 살피고 적용점을 찾는다, 아테네에서의 바울 사역을 통해 제자 사역을 위한 하나님 나라의 틀을, 전도서를 통해 우리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그렇지 않은 세계관 중 택일할 수밖에 없음을, 아브라함과 롯 내러티브를 통해 성경을 언약적으로 읽는 것의 중요성을 재발견한다. (언약적 성경 읽기의 모범으로 S. D. 그라프의 「약속 그리고 구원」(크리스챤서적)을 제시하는 것을 통해 그의 언약신학의 내용이 어떠함을 엿볼 수 있다.)

   
 

하나님 나라 복음 또는 신학과 제자훈련을 통합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달라스 윌라드는 「하나님의 모략」에서 이 둘의 통합을 멋지게 해냈다. 그 또한 하나님 나라의 질서와 삶의 방식을 익히기 위한 신념 체계(세계관)의 변화를 제자 사역의 핵심으로 이해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제자도 살도록 이끄는 제자훈련 사역은 정보information의 문제가 아니라 변혁transformation의 문제이며, 이 변혁은 기독교 세계관과 영성 형성으로 이뤄진다. 이는 최근 제임스 스미스가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IVP),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IVP), 「습관이 영성이다」(비아토르)에서 힘주어 말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제자: 새로운 틀」은 이들보다 조금 더 전통적인 개혁주의 관점에서, 조금 더 교리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전개한다.

하나님 나라 신학/복음, 기독교 세계관, 제자도/제자훈련이란 주제는 한국의 복음주의권에서 약간의 부침은 있었어도 꾸준하게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 관심은 이들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간파하지 못한 채 파편적으로 또는 다른 영역에서 필요에 따라 소비된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 주제를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통합해 냄으로써 우리의 제자 사역 및 세계관 운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이런 이유로 독자는 이 책을 놓쳐선 안 된다. 다만, 하나님 나라가 예수님의 메시지와 사역의 중심 주제이고 핵심 개념이긴 하지만 기독교 내에는 그것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워드 스나이더는 「하나님 나라의 모델」(두란노)에서 성경에 근거해 있으면서도 교회사적으로 발전된 하나님 나라의 모델이 매우 다양함을 잘 보여 주었다. (에버리 둘레스도 마찬가지다.) 원서의 제목처럼 저자가 제시하는 하나님 나라의 제자는 ‘여러 틀 중 하나’이다.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CTK 2019:4

 

 

정지영 CTK

<저작권자 ©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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